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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26] 내 이름 따서 영국 왕립조선학회에 '백점기 상' 생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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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Admin 작성일15-02-26 11:55 Hit2,493 Count Comments0 Cou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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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영·미권과는 별 인연이 없을 수도 있었다. 경남 사천에서 태어나 부산대 조선공학과를 졸업했고, 일본 오사카대에서 박사 학위를 땄다.

 하지만 155년 역사의 영국 왕립조선학회(Royal Institution of Naval Architects·RINA)가 그를 알아봤다. 조선해양학계에서 손꼽히는 이 학회가 내년부터 그의 이름을 딴 상을 시상한다. 이름하여 백점기 상(Jeom Kee Paik Prize). 선박 해양 플랜트 안전 설계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우수 논문을 발표한 30세 이하 연구자에게 준다.

 학회가 비영국인 학자의 이름을 딴 상을 제정한 건 처음이다. 생존 인물의 이름을 따는 것도 이례적이다.

 이게 어떻게 가능했던 걸까. 부산대 백점기 교수(58·조선해양공학)는 “나도 깜짝 놀랐다. 가문의 영광”이라고 했다.

 20여년 전만 해도 그는 외국 학계에선 생소한 인물이었다. 본래 대학 졸업 후 현대조선(현 현대중공업)에 입사했다. 하지만 유조선의 기본 설계 기술도 갖추지 못한 데 실망해 연구자의 길을 택했다.

 1994년 왕립조선학회에 논문을 발표한 게 인연의 시작이었다. 당시 철광석 등을 실은 배가 침몰하는 일이 잦았고, 전세계적으로 매년 3000여 명의 선원이 희생됐다. 이 문제를 파고든 논문으로 최우수 논문상을 받았다. 이후 연구도 주목을 받아 이 학회에서만 최우수논문상을 5차례 수상했다. 학회 역사상 처음이다.

그는 조선해양계의 노벨상이라는 ‘데이비드 W 테일러 메달’(미국 조선해양공학회 수여)과 ‘윌리엄 프루드 메달’(영 왕립조선학회 수여)도 수상했다. 이제껏 두 상을 모두 받은 이는 그를 포함해 3명 뿐. 앞선 두 사람은 모두 영국인이었다.

백 교수는 이들 학회에서 각각 부회장과 상임이사를 맡게 됐고,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남편 필립공 옆 자리에 앉아 대화를 나눌 일도 생겼다. 그에게 연구 성과를 올리는 비결을 묻자 “그냥 요즘도 아침 9시에 연구실에 나와 밤 9시에 퇴근한다”는 ‘심심한’ 대답이 돌아왔다.

 언어의 장벽은 없었을까. 그는 “일본에서 석·박사를 받은 만큼 영어가 탁월하진 않다”면서도 “하지만 언어는 소통수단일 뿐이다. 외국에서는 실력으로 평가하니 오히려 국내보다 활동하기 편하다”고 했다.

 지방대 출신이자 지방대 교수로서 어려움이 있었을 법도 하다. 하지만 그는 단호한 어조로 “지방에 있다는 게 페널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조선해양플랜트 분야에서 인류의 당면 과제를 풀겠다는 생각으로 접근한다. 인류의 과제를 연구하는데 하늘에서 보면 점보다 작게 보이는 서울과 부산에 무슨 차이가 있겠나.”

 그는 올해부턴 부산대 강의를 하면서 영국 런던대(University College London)에서도 가르친다. 4일 이 학교 홈페이지엔 “빛나는 명성(stellar reputation)의 백 교수가 온다”는 글이 올라왔다.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유령처럼 돌아다니는 ‘지방대 출신의 한계’란 말은 적어도 그에겐 통하지 않았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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