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4.25] (위기의 해운·조선업 '새판 짜기') 받아 놓은 수주물량으로 당분간은 버티겠지만.. > Press Relea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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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25] (위기의 해운·조선업 '새판 짜기') 받아 놓은 수주물량으로 당분간은 버티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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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Admin 작성일16-04-25 20:06 Hit13,913 Count Comments0 Cou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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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이야기로 시끄러운데 어서 빨리 조선업 경기가 바닥을 찍고 선박 수주가 예년 수준으로 회복됐으면 하는 마음뿐입니다."

25일 부산 녹산산단 내 한 선박 엔진룸 제조업체 대표는 연신 긴 한숨을 내쉬었다. 올해 들어 신규 수주가 전혀 없어 연말이면 공장 가동률이 뚝 떨어질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2분기 경기전망지수 고작 74
제조업 평균 89 훨씬 못 미쳐

단가 인하 압력·결제 지연
中 저가 공세 등 악재 심화

발주 취소 등 유동성 위기에 
해양플랜트기자재업도 비명 
연쇄 부실·대량 실직 우려도

대형 조선소의 혹독한 '수주 절벽'이 이어지는 가운데 부산지역 조선기자재 업계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대형 조선사들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부산 경제계는 지역 주력업종인 조선기자재업체의 연쇄 부실과 대량 실직 등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부산상공회의소가 최근 부산지역 제조업체 184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2분기 경기전망지수는 89를 기록해 기준치 100을 밑돌았다. 이 중 조선기자재는 74로 11개 업종 중 가장 낮았다. 매출 상위 35개 업체마저 올해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게다가 원청인 대형 조선사들의 과도한 단가 인하 압력과 대금결제 지연,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 엔저에 따른 일본 수출 급감 현상은 시간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최근 부산상공회의소는 정부의 조선산업 구조조정 움직임과 관련 지역 330여 개 조선기자재 관련 업체를 대상으로 긴급 현황 조사를 벌이고 있다. 현장 조사 중간 결과 조선기자재 업체 상당수가 수주량 급감으로 운영난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현대중공업 등에 선박 블록을 납품하는 한 조선기자재 업체는 "기존 수주물량이 일부 남아 공장을 겨우 돌리고 있지만, 원청 조선소의 수주난이 장기화하면 당장 연말부터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거래처 다변화를 통해 중국과 일본 등지로 제품을 수출하는 기업들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지난해 부산지역 조선기자재업체 매출은 전년보다 3.5% 감소했다. 내수가 큰 폭(4.0%)으로 줄어든 영향이 컸지만, 수출도 2.6% 줄었다. 

또 다른 조선기자재 업체는 "중국 역시 조선 경기 둔화로 주문이 줄었고, 일본으로의 수출은 엔저에 따른 가격 경쟁력 약화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며 "올해 들어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밝혔다. 

한때 호황을 누렸던 해양플랜트 관련 기자재 업체들 역시 원청의 발주 취소와 연기사태가 잇따라 유동성 위기에 허덕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조선소에 해양플랜트 관련 자재를 납품한다는 한 업체는 "원청으로부터 받아야 할 돈은 안 나오면서 하청에 줘야 할 돈이 계속 밀리는 상황"이라며 "위기 업종에 대한 금융권의 대출 규제가 강화된 탓에 자금 사정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부산상공회의소 측은 "조선소 수주와 조선기자재 업체 실제 납품까지는 1년에서 1년 반 정도 시차가 존재해 아직은 지역 조선기자재 업체의 공장 가동률이 평균 80%대를 유지하고 있다"며 "하지만 수주절벽이 가시화된 지난해 연말로부터 1년이 되는 시점인 올해 하반기부터는 공장가동을 멈추는 업체들이 속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주도의 일방적 조선산업 구조조정이 국내 조선산업 생태계 붕괴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백점기 교수는 "당장 조선산업이 어렵다고 해서 제작 인력과 설비를 대대적으로 줄이면, 조만간 선박 발주가 늘어날 때 한국이 세계 1위인 조선선해양산업의 위상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 만큼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같은 학과 정광효 교수는 "사용 연한이 지나 노후된 해양 플랜트가 아시아에서만 800기가 넘어 해체 시장이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면서 "신조 시장이 한계에 다다랐지만, 업체들이 유지·보수·해체 과정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진국·박태우 기자 gook7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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