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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29] "무조건적인 조선 빅딜, 중국·일본만 좋은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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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Admin 작성일16-04-29 23:23 Hit13,015 Count Comments0 Cou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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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경남도가 급히 소집한 '조선해양산업 구조조정에 따른 조선업계-관계기관 긴급 대책회의'에서 거제시가 밝힌 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전체 인력은 8만 9133명(사내 하청·물량팀 포함)이다. 거제 양대 조선소는 올해 안에 프로젝트가 끝나는 해양플랜트 물량팀을 중심으로 2만 3875명을 줄일 계획이다. 내년 3월까지 양대 조선소 인력은 6만 1866명(삼성 2만 4666명, 대우 3만 7200명)까지 감축할 예정이다. 내년 3월 말까지 2만 7267명이 두 조선소를 떠나는 셈이다.

◇거제, IMF 구제금융 때도 없던 불안감 증폭 = 정부가 조선(해양)업 구조조정을 본격화하면서 거제시민은 지금껏 경험하지 못했던 사내 협력사(1차 벤더) 직원 일부도 실직 대상이 될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대규모 실직에 따른 고용 불안, 해양플랜트를 중심으로 한 빅 3사 조선해양산업 미래의 불확실성은 1997년 IMF 구제금융 때도 불황을 몰랐던 거제시민을 집단적 공포로 내몰고 있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각각 있는 거제 고현과 옥포·아주동에서 만난 거제시민은 한결같이 "최근 20년간 이런 불안감을 느껴본 적이 없다. 지역경제가 폭삭 내려앉는 것 아니냐"며 "혹시 대우조선해양을 정부가 공중 분해하려는 것이냐"고 기자에게 되묻기도 했다. 창원에서 왔다고 하자 STX조선의 기업 규모 축소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묻는 이들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조선해양이 국가기간 산업으로 유지·성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하고, 일정한 인원 감축이 불가피하더라도 기술인력과 고기능 인력이 조선해양산업계를 떠나지 않도록 하는 고용 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1980년대 후반 조선업을 정부 스스로 사양산업으로 규정해 생산시설을 비우고 전문 인력이 다 흩어지면서 한국에 조선업 주도권을 뺏긴 일본 사례를 답습하면 안 된다고 했다.

구조조정 이해 당사자인 대우조선해양 한 사무직원은 "금융위원장이 인위적인 인수·합병과 사업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채권단이 추가 인력 감축을 요구하면 사무직이 1순위라서 불안한 게 사실이다"며 "2년 반 가까운 물량이 남아 있어 인위적인 인력감축을 하면 생산에도 차질을 빚어 인도 지연, 부채 상환 연기 등 악순환이 반복된다. 그런 (구조조정) 방안은 최악"이라고 말했다.

◇"무조건적인 인수·합병 지양…정부 전략 발주 고민을" = 백점기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현재 조선·해양산업 노동생산성이 일본·미국보다 낮아 일정한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운을 뗐다. 이어 백 교수는 "하지만, 국내 조선·해양업계가 왜 어려운지 조선업과 해양플랜트를 나눠 진단하고 판단해야지 무조건적인 인수·합병은 능사가 아니다. 우리만 어려운 게 아니다. 전 세계 해운업이 꽉 막혀 상선 발주가 바닥을 치고 있다. 생산원가에도 못 미치는 비정상적인 저유가 상황도 해양플랜트 신규 발주를 막고 있다"고 진단했다. 백 교수는 "이 어려운 시기에 오히려 고부가가치 선박 제작 기술 교육, 해양플랜트 FEED 설계 능력 배양을 위한 교육과 고급 인력 양성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략적인 정부 발주도 제안했다. 백 교수는 "중국·일본도 상선 분야에서 고전하고 있다. 그나마 두 나라는 자국 해운사가 자국 조선소에 신규 선박 발주를 활발히 하고 금융지원도 해줘 우리보다 상황이 낫다. 해운업과 조선업은 부부로 비유할 수 있다. 한 해 3조 원이 넘는 렌털비(용선료)를 내며 어려움을 겪는 한진해운·현대상선 등 두 해운사를 살리고 조선사 숨통도 틔우려면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이 직접 조선사에 20척가량의 컨테이너선을 발주해 두 해운사에 임대해주고, 상황이 나아지면 해운사에 파는 방안도 고민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해양플랜트 분야를 두고는 "최소 2050년까지는 석유·천연가스 중심의 에너지 소비는 지속될 것인 만큼 해양플랜트는 포기할 수 없는 산업이다. 저유가 상황이 끝나는 시점을 고려한 고급 엔지니어링 인력과 기술인력, 해양플랜트 전문 경영인력 양성에 주력해야 한다. 또 한국석유·가스공사같은 국내 에너지·자원 공기업과 국내 해양플랜트 업체의 협업을 강화해야 한다. 제2 두성호를 발주해 서로 윈윈하는 전략도 고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조선소 중심 인력 재배치해 조선업 경쟁력 제고해야" = 실직 대책 위주의 소극적인 고용 정책을 경계하며 국내 중소조선소를 중심으로 한 인력 재배치 주장도 있어 주목할 만하다. 하나금융투자증권 박무현 연구위원은 "조선업 구조조정은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무조건적인 조선소 인수·합병은 중국·일본 조선사와 글로벌 선주사만 좋아할 것이다. 선가 하락만 부추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박 연구위원은 "한국 조선업 경쟁력 제고 방안은 중소형 선박 시장 개척, 국내 해운사와의 상생 성장 전략, 설계능력이 떨어지는 중소 조선소를 지원하는 상선 설계지원센터 운영 등이다"며 "중국보다 연비가 좋고, 선박 건조 기간이 훨씬 짧아 경쟁력은 여전한 만큼 해양플랜트 등에서 줄어든 인력을 중소조선소로 재배치해 조선산업 성장을 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선업종 사내하청 전문가인 박종식 금속노조 노동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울산·경남지역 중심으로 2009년 이후 파산한 중형조선소 노동자를 빅 3사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대거 흡수했는데, 지금 실직하는 물량팀과 사내하청 노동자는 갈 곳이 없다"며 "실질적이며 정밀한 정부 고용 대책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노조가 포함된 조선업종노조연대는 지난 27일 기자회견에서 정부와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이 포함된 조선공업협회, 금속노조·조선노연이 참여하는 '노사정 조선산업발전전략위원회'를 꾸려 △조선산업 발전전략 △중소조선소 물량 문제 △사내하청 사용금지와 조선소 노동자 총고용 보장대책 수립 △다단계 하도급 금지 △중대재해 예방 △사내하청 정규직화 및 처우개선 문제 등을 다룰 것을 제안했다.

이시우 기자 hbjunsa@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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