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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29] 정부, 사태 터지면 채권단만 들먹...큰 그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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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Admin 작성일16-04-29 23:29 Hit3,832 Count Comments0 Cou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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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구조조정을 구조조정 하자
③ 위기 부추긴 정부

이명박 정부 해수부 없애 정책 공백
국토해양부는 4대강에만 예산 올인
외환위기때 배 팔게 해
해운업, 비싼 용선료에 발목잡혀
해양플랜트 육성 정책 폈지만
수요감소로 조선업 깊은 수렁

“해운·조선 산업에 대한 정부의 큰 그림이 없다. 앞으로 두 산업을 어떻게 키우고, 무엇을 할 것인지 논의할 만한 기구도 제대로 없다. 기업이 벼랑 끝에 몰리면 그때야 ‘버릴 것이냐, 버틸 것이냐’라는 (두 가지 선택지에서) 구조조정을 했고 그사이 경쟁력은 계속 악화됐다.”
한국해운물류학회 회장을 지낸 한종길 성결대 교수(동아시아물류학부)가 해운·조선업종 구조조정을 평가하며 29일 <한겨레>에 한 말이다. 해운과 조선 산업이 위기에 내몰린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산업 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해운·조선 산업은 경제 상황에 따라 부침이 반복되지만 수출입 중심의 우리 경제구조에서는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일종의 국가 기간산업이다. 정부가 중심을 잡고 장기적 안목에서 잘 이끌지 않으면, 일단 침몰했을 때 회복이 쉽지 않다.
현재 해운산업은 만신창이다. 우리나라 양대 국적선사인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부채는 11조4천억원이 넘는다. 채권단 조건부 자율협약에서 살아남지 못하면 양대 선사는 세계 해운동맹(얼라이언스)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크다. 해운동맹에서 빠지면 국제 해운업계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왜 이렇게까지 됐을까? 세계경제 침체와 해운사의 선박 공급과잉에 따른 운임 하락이 근본적인 원인이긴 하다. 물량은 줄어드는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지난해 중국 상하이와 유럽 간 컨테이너 평균 운임(6m 컨테이너 1개당 620달러)은 전년도(1172달러)의 절반 수준으로 급락했다. 여기에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총수 부인’의 회장 취임과 측근들을 앞세운 독단적 경영 등도 한몫했다.
하지만 해운산업의 위기에는 정부 책임도 적지 않다. 정부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모든 기업에 부채비율을 200% 이하로 유지하라고 지시했다. 해운업체는 고가의 선박을 사야 하는 업종이라 구조적으로 부채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정부의 지침을 따라야 했던 해운회사들은 부채비율을 낮추려 배를 매각하는 선택을 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해운산업이 다시 호황을 맞고 배가 필요해지자 비싼 돈을 주고 배를 빌리게 된다. 최근 용선료(선박 임대료)는 호황기 때의 1/5~1/10 수준으로 낮아졌지만 2000년대 중반 비싼 값에 장기계약을 한 탓에 발목이 잡힌 것이다. 정부의 막무가내식 구조조정 정책이 빚은 결과다.
대형선박 경쟁에서 밀려난 것도 국적선사를 어렵게 했다. 글로벌 선사들은 1만8천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도입했지만, 국내에서는 한진해운이 보유한 1만3천TEU급 컨테이너선이 전부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2008~2012년이 해운산업을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이었다고 본다. 당시 이명박 정부가 해양수산부를 없애면서 해운 정책의 공백이 심각했다. 여기에 4대강 사업에 예산 투입을 집중하느라 해운업계 지원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선산업도 해운과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3대 조선사의 영업손실은 2013년 이후 10조7500억원에 이른다. 올 1분기 선박 수주는 조선업 전체를 통틀어 9척에 그쳤다. 조선사들의 위기를 가중시킨 건 해양플랜트 사업이었다. 2010년을 전후해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자 많은 나라들이 막대한 채굴 비용을 감당하며 심해 유전 개발에 나섰다. 당시 국내 조선사들 역시 너나없이 뛰어들었다. 그러나 2014년 이후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이하로 떨어지자 대부분의 해양플랜트 사업이 중단됐다. 백점기 부산대 교수(조선해양공학과)는 “조선사들이 배 짓던 경험으로 겁없이 뛰어들었다. 과당경쟁은 제 살 깎아먹기 경쟁으로 끝났다”고 말했다.
정부도 헛다리를 짚으며 조선사 부실을 키웠다. 2013년 정부는 해양플랜트를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며 5년간 민관 합동으로 9천억원을 투자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불과 1년 뒤 수요가 급감하면서 해양플랜트 사업에 뛰어들었던 조선사들은 깊은 수렁에 빠지게 됐다.

산업 정책의 실패가 위기를 가중시키는 사례는 앞서 독일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독일에선 1970~80년대 대형 조선소가 파산하는 등 큰 어려움을 겪었다. 강신준 동아대 교수(경제학)는 ‘독일 조선산업 구조조정의 역사적 전개과정과 노동조합의 대응’ 보고서에서 “독일 정부는 장기적인 조선산업의 전망을 세우지 못한 채 보조금 지급 경쟁에만 수동적으로 매달렸다”고 위기의 원인을 짚었다.
결국 장기적인 관점에서 산업의 경쟁력을 키울 구조조정의 방식과 원칙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은 1945년 이후부터 민간 대학교수를 위원장으로 한 ‘해운조선 합리화 심의위원회’를 만들어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업계 말고도 산업의 특수성을 헤아려 전문가를, 기업부실 관리를 위해 금융기관을, 실업 등에 따른 사회적 갈등 비용을 최소화하려 노조를 참여시킨 게 두드러진다.
일본 역시 해운·조선 위기가 반복되고 있지만 최근 서서히 힘을 발휘하고 있다. 일본 최대 조선업체인 이마바리조선은 세계 ‘빅3’를 차지하고 있던 한국의 턱밑까지 추격해 왔다. 한종길 성결대 교수는 “해운과 조선 산업은 긴밀한 관계인데도 해운은 해수부, 조선은 산업통상자원부로 갈라져 있다. 산업의 경쟁력을 키우려면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컨트롤타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겨레 김소연 김규원 이정훈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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