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주도 조선·해운 구조조정 안돼"

2016-05-17 11:06:19 게재

전문가들 참여해 '100년기업' 만들어야 … 산업계, 조선·해운업 성공여부에 촉각

조선·해운업계에서 시작한 구조조정이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 근현대사를 이끌어 왔던 '중후장대' 산업이 체질개선을 통해 '100년 산업'으로 발전해나갈 수 있는 중요한 순간이다.

조선·해운업계에 따르면 세계 물동량은 자유무역협정(FTA) 체제에 따라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물동량의 90%는 해상운송을 통해 이동하고 있고, 이는 조선·해운산업과 관계가 깊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산업구조 틀거리를 이해하는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조선업계, 특별고용지원업종 신청 |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관계자가 1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민원실에서 조선업 특별고용지원업종 신청서를 접수하고 있다. 특별고용지원업종은 고용 사정이 악화할 우려가 있는 업종을 정부가 지정, 사업주와 근로자에게 지원을 해주는 제도다. 세종=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하지만 금융권 주도 산업계 구조조정은 자산매각과 인원감축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무엇을 팔고, 몇명을 잘랐냐가 점수로 환산되는 방식이다. 그러다보니 업계 전문가들의 참여도 전무한 실정이다. 백점기 부산대 조선공학과 교수는 "금융권 주도 구조조정에 반대한다"며 "정부가 조선해운업의 흐름을 이해하는 전문가들의 참여를 배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은 다른 업종에 비해 선결 과제가 많다. 특히 고용문제 해결 없는 구조조정은 후유증을 낳는다.

하나금융투자는 조선업 구조조정으로 최대 5만명의 실업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때문에 조선업 구조조정 작업에 지방·산업·노동 관련 분야가 모두 참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구조조정이 장기화할 경우 고용위기 피로감이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대우조선해양을 보면, 2008년 1조원대 이익이 나면서 민영화 기회가 있었지만 정부는 지분을 매각하지 않았다. 당시 한화가 적극적으로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려 했는데, 특혜 의혹에 민영화는 결국 실패했다.

이후 대우조선해양은 실적이 악화될 때마다 구조조정 압박에 시달렸고, 근로자들의 고용위기 피로감만 늘고있다.

구조조정이 시작됐지만 내년에는 조선·해운업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조선사 '빅3'는 내년부터 줄줄이 회사채를 상환해야 한다. 대우조선해양이 9400억원, 현대중공업 6800억원, 삼성중공업이 6000억원이다. 채권단 공동관리에 들어간 국적 해운사 한진해운 현대상선도 1분기 나란히 적자를 기록했다.

구조조정이 철강·건설·석유화학 분야로 확산될지도 관심이다.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의 성공여부에 따라 산업계 전반의 구조조정 밑그림이 다시 그려질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지난 100년 한국 경제를 이끌어왔던 조선·해운산업이 구조조정을 통해 위기를 버텨낼지, 체급만 줄인 채 국제경쟁력을 잃을지 산업계 전체가 관심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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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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