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산업 지형이 뚜렷한 양극화 국면으로 접어들 전망이다. 인공지능(AI) 확산이 촉발한 신규 수요가 반도체·전력기기 업종을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철강·석유화학 등 전통 제조업은 글로벌 수요 둔화와 중국발 공급 과잉에 여전히 흔들릴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8일 산업계에 따르면 기술·소재·제조 전반에 AI 최적화가 빠르게 이식되면서 성장 축이 디지털 기반 산업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AI발 ‘슈퍼 사이클’을 타고 있는 반도체는 내년에도 최대 수혜 업종으로 지목된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성능 메모리가 AI 시대 핵심 인프라로 부상하면서 국내 기업의 성장세 또한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삼정KPMG 역시 "AI 트래픽 증가가 이어지는 만큼 고성능 반도체 확보와 제품 포트폴리오 고도화가 기업 성장을 결정짓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AI 학습·추론용 연산 칩과 첨단 패키징 기술 투자가 동시에 확대되면서 설계·장비 생태계까지 동반 상승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전력기기 시장 또한 데이터센터 증설, 송배전망 확충이 맞물리며 성장세가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는다.
조선·방산 역시 지정학 리스크가 수주 파이프를 굵게 만들며 안정적 성장세가 점쳐진다. 이들 업종은 국가 안보와 맞물린 공급망 구조 탓에 중국발 저가 공세가 통하지 않는 시장이라는 평가다. 특히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 수혜로 매출 확대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반면 철강·정유·석유화학은 내년에도 침체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할 전망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지난 5일 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철강 부문이 고율 대미 관세, 글로벌 수요 정체, 각국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석유 및 석유화학제품 수출 역시 내년 각각 13.3%, 6.1%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자동차 수출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기저효과와 미국 현지 생산 확대로 1% 줄어든 712억달러가 예상되는 가운데, 중국의 저가 공세가 한층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자동차업계는 '국내생산촉진세제' 등 생산 인센티브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산업 내 격차가 더 뚜렷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AI 수혜 업종은 속도전·규모전을 통해 성장 궤적을 넓혀가는 반면 전통업은 현상 유지조차 버거워지는 양상이라는 것이다. 한 산업 전문가는 "떠오르는 산업 대응력 강화와 함께 기초 제조업 전환·고도화 로드맵을 현실화할 실행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산업연구원도 최근 경제산업 전망 보고서를 통해 "반도체·바이오헬스 등 AI 중심 신산업만 성장세를 유지한다"며 "전체 수출은 AI 효과로 버티지만 산업 내 격차는 더 벌어지는 구조적 위험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산업 간 양극화를 해소할 수출시장 다변화·공급망 안정화 전략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출처: [매일일보] 김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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